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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 햇살이 꽂히고 있었다. 지쳐 있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콜라병을 따 급하게 털어 넣었다. 두통이 몰려왔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향한 곳은 세계 최고의 여행지 칸쿤. 유카탄 반도의 중심 도시인 메리다에서 출발했다. 며칠 동안 얼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얼굴과 몸 곳곳에 땀띠가 생겼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잠시 그늘로 피해 쉬고 있을 때였다.

 

“꼬레아노라고? 지금 한국인 선교사 만나러 가는 길이야?”

“선교사? 크리스천이긴 한데 난 그냥 여기 밀림을 지나가려던 것뿐인데.”

 

마을 주민들이 자전거를 보고선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게 얼마쯤 떨어진 곳에 가면 한국인이 있다고 넌지시 알려주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역만리 이 오지까지 오겠는가. 중국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남미에도 장사하는 중국인이 많았다. 내가 웃으며 도리질쳤다. 그러자 현지인은 확인시켜 주겠다며 따라 오라 했다.

 

“아이고,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이 날씨에 힘드시겠어요, 어서 들어와요.”

 

사실이었다. 도시와는 한참 떨어진, 이름 모를 시골 마을 변방에 한국인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넘은 지 넉 달째다. 도저히 선교사를 만날 수 없는 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던 선교사를 만났다. 나는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며 며칠 동안 그의 외로운 사역을 지켜볼 수 있었다.

 

“레오나 비까리오 유치원이에요. 가난한 동네이다 보니 돌봐야 할 아이들이 많아요. 토요일엔 한글 교실도 연답니다.”

 

척박한 땅이었다. 환경뿐만 아니었다. 한국인에게는 아픔이 서린 땅이기도 하다. 을사늑약이 있었던 1905년 수많은 조선인들은 제물포항을 떠났다. 일제의 꾐이었다.

하지만 배고픔은 면하게 해주겠다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00년 전 선조들은 낯선 땅에 갇혀 노예처럼 일했다고 한다. 사탕수수 노역이었다. 굴욕 속에 피와 땀을 흘렸다.

 

이제는 현지인과의 결혼에 결혼을 거듭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몇몇은 몹시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런 이곳에 한국인 선교사가 왔다.

 

한인 후손들과 원주민들을 섬기기 위해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긍휼한 마음에 순종하며 나온 이들이 거기 있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현지인들 틈에 살고 있었다. 한인 후손 3, 4세들과 교류하며 신앙적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유치원을 방문할 때면 아이들과 어울려 지냈다. 중남미의 뜨거운 피를 가진 아이들은 활달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 처음 본 나에게 격한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100명이 넘는 모든 학생과 뜨겁게 포옹했다. 아이들의 콩닥콩닥 뛰는 맥박 소리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교육 시설이 거의 없었다.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현지인들은 선교센터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센터에 유치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매 주말 한글 교실이 열렸다. 한글 교실을 담당하는 협력 선교사는 차로 1시간 넘는 거리를 매주 왕복하고 있었다.

 

단지 3명의 학생을 위해서.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사명 때문에. 어찌 고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들의 삶과 사역을 위한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무명의 선교사들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예수님께 대하듯 극진한 마음을 다해주었다. 사랑으로 아픔을 덮어버리는 유카탄 어딘가에서 들른 선교지가 가끔 생각나 기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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