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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23일.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 섰다. 이 날 잡스가 청중들에 선보인 제품은 "맥은 아니"었다. 컴퓨터 회사가 만든 휴대용 음악 재생기. 잡스는 이 제품을 '아이팟'이라 소개했다.

애플 부활의 서막을 연 주인공의 등장이었다. 잡스는 아이팟이 인터넷 시대의 총아가 될 것으로 예고했다. 사람들이 모바일 혁명의 주인공이라 말하는 아이폰도, 사실 이 작은 아이팟에서 시작됐다.

그런 아이팟이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미국 씨넷은 최근 이를 기념해 애플이 만든 MP3플레이어 아이팟의 변화상을 정리했다.

■애플, 아이팟으로 모바일 시험대

처음에 사람들은 아이팟의 실패를 예상했다. 5기가바이트(GB)의 하드디스크 저장용량에 10시간 배터리 수명 등 사양만 놓고 본다면 아이팟은 그간 나온 MP3플레이어 중 최고였다. LED 백라이트를 채택한 흑백 화면 디자인도 신선했다.

그러나 맥킨토시가 그랬듯, 아이팟도 비쌌다. 399달러라는 가격은 휴대용 MP3플레이어 구입을 위해 지불하긴 큰 돈이었다. 게다가 파이어와이어를 통해서만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느껴졌다.

아이튠스 역시 지금과는 달랐다. 그저 자신이 가진 MP3 파일을 아이팟에 전송하도록 돕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었다. 용량이 커서 거의 1천곡에 가까운 음악 파일을 담을 순 있었지만 일일히 파일을 변환해 넣어야 하는 귀찮음도 있었다.
▲ 1세대 아이팟. 흑백 화면을 통해 재생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팟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7월이다. 맥킨토시에서만 인터넷으로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던 불편함을 벗은 것이다. 2세대 아이팟은 윈도와 맥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수정됐다. 이는 아이팟이 대중화되는데 밑거름이 됐다.

애플은 아이팟을 이른바 '맥월드' 안에만 잡아두면 안된다는 것을 깨우쳤다. 아이팟은 이 때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도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 아이팟은 2002년 이후부터 윈도와 호환이 가능해졌다.

■아이팟, '아이튠스'로 날개 달다

아이팟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애플의 승부수는 아이튠스였다. 아이튠스를 통해 곧바로 음악을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했다. 기존처럼 CD를 통채로 '구워' 음원을 추출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음반 판매의 고정관념도 허물었다. 아이튠스를 통해 앨범 전체가 아닌 개별 곡의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곡당 99센트라는 가격도 파격적이었다.

아이팟 등장 이후 그간 음악 시장을 평정했던 CD플레이어 시대도 서서히 저물었다. 잡스가 주목한 음악 콘텐츠 생태계가 결국 음악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것이다. 결국 잡스가 노린 것은 아이팟이란 단말 하나가 아닌 음악 산업 전체였다.

▲ 애플은 99센트 음악 판매 장터인 아이튠스로 음악 산업을 재편했다.

■아이팟의 세분화, 대중화 노렸다

2004년, 애플은 4GB 용량에 249달러 짜리 아이팟 미니를 선보였다. 이 '미니'는 아이팟이 크기와 종류별로 세분화된 첫 제품이다.

기존 아이팟의 절반 크기에 알루미늄 재질, 클릭휠 모양으로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애플은 향후 이 클릭휠을 아이팟 전제품에 적용했다. 지금 아이팟 클래식에 보이는 클릭휠이 바로 이것이다.
▲ 아이팟 미니.

2004년은 아이팟이 더 풍부해진 해였다. 1월엔 아이팟 셔플을, 10월엔 아이팟 포토를 공개했다. 컬러 스크린을 통해 사진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팟이 음원 외에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이때 아이팟 포토는 사진만 볼 수 있을 뿐, 동영상 재생이 안된다는 한게점이 있었다.

이듬해 애플은 아이팟 대중화에 나섰다. 플래시메모리 타입 아이팟 셔플을 512메가바이트(MB) 용량에 99달러로 가격을 인하해 판매했다. 당시 시장에선 애플이 경쟁사를 감안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 아이팟 나노

아이팟 나노도 2005년 세상에 나왔다. 애플로선 처음으로 플래시메모리와 스크린을 동시에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아이팟은 숨가쁘게 발전했다. 애플은 아이팟에 비디오 재생 기능을 추가했다. 아이튠스에 TV 카테고리를 신설했음은 물론이다.

사람들은 아이팟에서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로스트'와 ABC 방송사의 몇몇 쇼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됐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앞으로 애플이 주목할 시장이 어느 방향인지 보여주는 단초가 됐다.
▲ 아이팟에 동영상 재생 기능이 추가됐다.

■아이폰의 등장, 그리고 아이팟의 퇴장

2007년은 애플에 기념적인 해다. 스마트폰 돌풍을 불러온 아이폰이 이 해 9월에 공개됐다. 아이폰은 자체 운영체제와 멀티터치 화면, 인터넷과 이메일 접속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아이팟 터치도 이 때 등장했다. 아이팟 터치는 음악 재생에 충실하면서 통화를 제외한 아이폰의 기능 다수를 함께 제공했다. 씨넷은 아이팟 터치를 현대판 PDA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혁신적인 부문으로 평가됐다.

▲ 가장 최근 업데이트 된 아이팟 터치.

2009년 3월 아이팟 셔플은 더 작아졌다. 버튼을 완벽하게 없앤 애플의 미니멀리즘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디자인이었다. 또한 음성제어 인터페이스가 도입됐다. 재생, 빨리감기, 되감기 기능을 이어폰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것으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같은 해 9월 아이팟 나노는 변화를 시작했다.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변화한 후 5세대 아이팟 나노는 비디오 카메라를 탑재했다. 동영상 촬영을 가능케 한 것으로 잠시 인기를 모았던 미니 카메라 시장을 위협했다.

아이팟 성공요인 중 하나였던 클릭휠은 6세대 아이팟을 마지막으로 신제품에서 사라졌지만 아이팟 클래식은 지금도 살아남았다. 대용량 저장매체와 클릭휠의 추억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아이팟 클래식을 고수한다.

2010년은 아이팟이 마지막으로 변신한 해다. 특히 아이팟 나노의 클릭휠을 없앤 정사각형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클릭셔플보다는 조금 크면서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게 했다. 비디오 카메라 등 기능은 사라졌지만 마치 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강조했다.
▲ 아이팟을 마치 시계처럼 차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올해 발표된 아이팟 나노는 이전세대와 동일한 디자인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을 거쳐 더 낮은 가격으로 선보였다. MP3 시장이 줄어들면서 애플도 아이팟에 더 이상 혁신을 부여하진 않은 것이다. 올해 9월, 아이팟이 개선돼야 할 시점에 애플이 선보인 것은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4S였다.

지금 아이팟 대표선수는 '터치'다. 올해 나온 새로운 터치는 작년 출시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다만, 전후면 카메라와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됐고,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아이패드, 아이폰과 연동을 강화했다. 페이스타임, 아이메시지 등은 이전까지 아이팟 터치에서 부족했던 커뮤니케이션 확대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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